선택의 기술: 옮긴이의 글

이 책의 번역에 열중하던 지난 4월 말, TV에서 재미있는 뉴스를 보았다.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국회에 의원선서를 하러 나온 한 국회의원이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것이다. 물론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감청색 양복을 단체복처럼 입고 의석에 앉아있던 의원들이 고함을 지르며 퇴장해버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그 뉴스를 보면서 "당신의 직장이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회사라면 20일간 평상복을 입고 출근해보라"는 저자의 제안이 떠올랐다. 선택을 바꾸면 어떻게 인생이 바뀌는지 그 반응을 연구해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대로 평상복을 입고 국회에 출석한 그 국회의원은 신선하기도 했고 또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오버액션' 또한 우스웠다. 우리가 입는 옷이 갖는 특별한 기호학적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저자의 제안대로 그 의원이 평상복을 입고 20일간 버티기를 내심 기대해보았지만 안타깝게도(?) 다음번 국회에 출석할 때에는 정장을 입어 한바탕 소극은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어떤 공간에서는 어떤 옷을 입느냐 하는 사소한 선택으로도 엄청난 결과와 반향이 일어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이것이다. 선택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인생이 한방에 역전되는 일은 (로또를 빼면) 없다. 사소하고 조그만 선택들이 모이고 쌓여 우리의 인생의 성공과 실패의 '패턴'이 자리잡는다.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 점을 무시한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너무도 목표지향적인 자세만을 취해왔다. 학교성적을 얼마나 받는가, 얼마나 좋은 대학에 가는가,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가, 돈을 얼마나 버는가, 아파트 평수는 얼마나 넓은가 등등... 뭐든지 높은 수치와 간판만을 따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듯 목표와 결과는 다르다.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한 가지 기준에 의한 목표로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던 시대는 지났다.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다른 기준을 설정하라는 것이다. 남들과 같은 기준을 선택해서 경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벌써 우리 사회에도 그런 성공사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한 가지 기억할 만한 내용은 선택이 무작위적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설정하고 목표를 향해 가다보면 장애물이나 담벼락이 가로막을 때도 있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불굴의 투지로 역경을 극복해 목표를 쟁취하는 것만을 최고의 덕목으로 교육받아 온 우리는 아무리 높은 벽이 가로막더라도 뛰어넘으려고 한다. 삶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에베레스트 등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좌우로 돌아가더라도 길은 있다. 우회를 하다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일을 만날 수도 있다. 자신의 사소한 행동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행운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기회는 그렇게 찾아온다.
이 책은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기술을 담고 있다. 어떤 것들은 실제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한 내용이 많다. 다른 사람과 마주칠 때 짧은 순간 감정을 전환하라는 저자의 충고와 구체적인 요령 설명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유쾌하게 해주었다. 반면 우리의 판단과 선택이 이성이 아닌 감정에 따라 결정된다거나, 모든 예술도 선택일 뿐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또 다른 사아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끝으로 처음 번역을 하면서 많이 힘들기도 하였지만 곁에서 힘이 되어준 기획출판 거름의 김선식 선배와 친구 유민우, 그밖에 편집을 하느라 고생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윤지운 (윤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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