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타계한 존 롤스(1921~2002)는 분석철학이 지배하던 시절에 도덕철학과 정치철학 연구에 몰두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촉발시킨 20세기 미국 철학계의 거목이다. 그는 평생 ‘정의’라는 한 우물만을 팜으로써 ‘단일 주제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일부에서는 정치철학과 윤리학에서 존 로크, 토머스 홉스에 버금가는 입지를 확보한 학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1971년 세상에 나온 『정의론』은 그를 철학계의 중심 인물로 세운 대표 저작이다. 그는 이 저서의 개정판을 1990년에 낸 뒤 1999년 다시 손을 보아 최종 개정판을 펴냈다. 이 최종 개정판이 황경식 교수(서울대 철학과)의 손을 거쳐 우리말로 옮겨졌다. 1980년대 초에 《정의론》 초판이 황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된 바 있으나 절판된 탓에 이번에 나온 최종개정판이 유일한 한국어 판본인 셈이다. 《정의론》에서 롤스의 연구 초점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의 고전적인 숙제를 어떻게 동시에 풀어내느냐는 데 맞춰져 있다. 롤스는 이 이율배반적 주제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자유주의의 틀 속에 사회주의적 요구를 끌어안는 방식을 찾는다. 요컨대, 자유주의적 사회주의 또는 자유주의적 평등주의가 롤스 철학의 핵심이다. 롤스는 ‘정의’를 세우기 위해 가장 앞세워야 할 제1원리로 ‘평등한 자유의 원칙'을 내세운다. 사상·양심·언론·집회의 자유, 보통선거의 자유, 공직을 맡고 재산을 소유할 자유 등 자유주의가 강조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들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을 대전제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이 자유의 목록에서 ‘자본주의적 시장의 자유’라 할, 생산제의 사유, 생산물의 점유, 소유물의 상속·증여의 자유를 제외한다. 그런 자유는 ‘기본적 자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경험적으로 결정해야 할 정치·사회적 문제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 롤스의 자유주의의 특징이 있다. 롤스 정의론의 제2원리는 ‘차등의 원칙’이다. 사회의 혜택을 가장 적게 받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