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부른 비극

교란당한 자연 광우병으로 복수하다

한겨레 2004년 1월04일자 이기영/호서대 교수

미국에서 확인된 광우병 공포가 세계를 엄습하고 있다. 전체 소비량의 43%나 되는 쇠고기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치명적인 소식이다.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병한 인간광우병으로 이미 20여개 나라에서 140여명이 죽었다. 백만명 이상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온 것으로 추산돼, 잠복기가 7~8년에서 수십년에 이르는 인간광우병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들에서 송아지가 엄마소를 따라 풀을 뜯는 평화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뇨가 가득 찬 대형 축사에서 인간에게 몸을 제공하기 위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사는 불쌍한 소들만 있을 뿐이다. 대량 사육을 위해 수천, 수만 마리의 가축을 좁은 우리에 몰아넣고 공장에서 생산한 똑같은 사료를 먹여 키우는 현실에서 광우병은 물론이고 돼지콜레라나 조류독감 같은 병이 생겨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자연계는 종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생태적 안정성이 유지되는데 자꾸 한 가지 종만을 대량으로 사육하려 하면 다른 종들이 도태되어 이런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광우병은 해면양뇌증에 걸린 양들의 장기를 동물 사료로 만들어 초식동물인 소에게 먹여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정신이상이 되다가 나중엔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증상으로, 정식명칭은 소해면상뇌증BSE라 한다. 이 병의 원인은 병원균이 아니라 변형 프리온이란 단백질로, 뇌에 64%, 척수에 26%, 척추에 6.4%, 내장에 3.6%가 분포돼 있어 특정위험물질(SRM)이라 불른다. 따라서 이 부위나 잡고기로 만든 햄버거, 동그랑땡 등 고기제품의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BSE에 걸린 쇠고기를 먹어 생기는 인간광우병 또한 소와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 이를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라 한다).

광우병은 소를 빨리 살찌우기 위해 동물 사료를 초식동물인 소에게 먹여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힌 대가로 생긴 ‘동물의 복수’라고도 한다. 인간의 탐욕을 위해 과학기술로 자연을 마음대로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다시 자연에서 가축을 키우는 소규모 유기농 목축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들도 채식을 늘려야 할 것이다.


2000년 10월 발표된 Phillips Report는 1986년최초 광우병이 보고된 시점부터 2000년까지 영국 광우병파동의 진행과정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다음은 필립스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사건의 전말을 간략하게 옮긴 것이다.
  • 1986년 11월 최초 광우병이 공식적으로 보고됨.
  • 1988년 소에게 동물시체로 만든 사료를 먹이는 행위가 BSE의 원인이라는 발표가 나옴. 6월 리차드 사우스우드Sir Richard Southwood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는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BSE발생건수 2,225)
  • 1990년 많은 국민의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가는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선전한다. 농업장관 존 거머John Gummer는 자신의 딸 코델리아와 함께 햄버거를 먹는 장면을 찍어 TV에 방영한다. (BSE발생건수 14,407)
  • 1992년 인간광우병이 의심되는 여러가지 사건이 나타났지만 보건원장 케네스 칼멘 박사Dr Kenneth Calmen는 여전히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강조하였다. BSE 발생건수가 최고조에 이름. (BSE발생건수 37,280)
  • 1995년 19세 청년 스티븐 처칠Stephen Churchill이 최초로 인간광우병vCJD 에 걸려 죽은 것으로 보도됨. 하지만 정부는 이것이 광우병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BSE발생건수 14,562 / vCJD사망자수 3)
  • 1996년 3월 영국정부가 BSE와 vCJD가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시인함. 이 발표가 있은 후 모든 EU국가들은 영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수입금지조치를 내린다. (BSE발생건수 8,149 / vCJD사망자수 10)
  • 1997년 영국정부는 광우병과 EU국가들의 영국산 쇠고기 금수조치를 풀기 위한 대책을 계속 내놓지만 별 효과는 얻지 못했다. (BSE발생건수 4,393 / vCJD사망자수 10)
  • 1998년 1월 필립스위원회 발족. 3월 BSE파동에 대한 공식청문회 시작. 9월에는 쇠고기 산지추적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 이후 EU국가들이 쇠고기 금수조치를 해제한다. (BSE발생건수 3,235 / vCJD사망자수 18)
  • 2000년 10월 필립스보고서가 완성되어 발표됨. 10년이상 광우병에 대해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한 정부책임자들에 대한 비난이 본격화됨. 이즈음 BSE발생건수는 현저히 줄었으나 vCJD 사망자수는 계속 늘어났다.
1986년에서 2000년까지 광우병에 걸리거나 광우병확산 방지를 위해 도살된 소는 4천5백만 마리에 이른다. 농민에게 지급한 보상금만 10조원에 달하고, 사체처리비용만도 1천5백억원이 들었다. 1995년 vCJD로 밝혀진 최초 사망자 이후 77명이 사망했으며 계속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EU국가들은 1996년 영국산 쇠고기에 대한 금수조치를 내려 1998년 해제하였으나 아직도 영국산 쇠고기에 대한 많은 규제가 뒤따르고 있다. 여전히 프랑스는 영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BSE발생건수는 1992년을 최고점으로 줄어들고 있으나 vCJD로 인한 사망자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동물의 역습 번역 중 일부 발췌
Link
[BBC News] In Deepth: BSE and vCJD
The BSE Inquiry: Phillips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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