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개방성과 확장성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권》

로마가 건국되어 기틀을 잡아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알게 된 인상깊은 사실은, 로마인들이 원래부터 뛰어난 부족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지성은 그리스보다 떨어지고, 체력은 켈트보다 떨어지고, 기술력은 에트루리아보다 떨어지고, 경제력은 카르타고보다 떨어졌다. 그럼에도 다른 모든 부족들을 물리치고 로마가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워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개방성 때문이었다.
로마는 여자를 얻기 위해 사비니를 약탈/합병하고,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라틴을 통합하고, 에트루리아를 편입하였는데, 신기한 것은  왕정 시대 일곱 왕들 중 다섯 왕이 사비니와 에트루리아 출신이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왕위는 자신의 혈통이 이어나가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는 것은 동양의 역사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테베레강 언덕에서 농사 짓던 무식하고 힘쎈 농사꾼들이 세운 나라가 전세계를 호령하는 대제국이 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이러한 파격적인 '개방성' 때문이었다. 또한 그러한 개방성이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로마인들은 오랜 세월 사회/정치제도를 갈고닦았을 것이다. 그 결과, 가장 효율적인 정치체제를 만들기 위해 왕정에서 시작하여, 공화정으로 넘어갔다가, 제정까지 나아간다.

너무 똑똑하여 뭐든 혼자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잘 할 줄 아는 것은 없지만 그것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잘 찾는 사람이 성공하기 마련이다.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기득권만 안위를 누릴 수 있는 공고한 체제(e.g., 학벌과 부동산)를 깨부수고 사회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새로운 인재들, 이민자들, 또 AI를 비롯한 새롭게 등장할 기계인간들을 적극적으로 사회운영의 핵심동력으로 포섭해야 한다.

놀라운 개방성 속에서도 로마는 끝없는 영토확장을 통해 얻은 부를 인재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줌으로써 사회안정을 이루고 발전해나갔다. 지금은 끝없는 기술개발과 시장확대와 수익확장을 통해 부를 끌어모을 수 있고 분배할 수 있다.

지금은 영토의 크기와 무관하게, 제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시대다. 지금 한국이 21세기 로마제국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한낮 공상일지도 모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닐 터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