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학이다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이 책의 명성을 익히 알기에 드디어 도전을 하고 있다. 같은 번역가로서 정말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번역이 개쓰레기다.

이번 주에는 역사란 무엇인가 3장을 읽었다. 3장을 읽고 내 나름대로 이해한 것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핵심주장 역사는 과학이다

경험자료(사실)를 바탕으로 원리를 탐구하고, 원리를 바탕으로 경험자료를 수집한다는 측면에서 역사와 과학은 연구방법이 같다.

하지만 전통적인 학자들은 여전히 역사는 과학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카는 이러한 주장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이에 대해 반박한다.

반론1 역사는 특수한 사건을 다룬다

과학은 보편적 현상을 다루지만 역사는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과학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개별적인 인물, 사건을 수집하는 것을 역사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역사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개별사건들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원리를 끄집어내는 학문이다. 개별사건에 집착하는 것은 역사연구자라기보다는 잡학지식수집가에 불과하다.

반론2 역사를 알아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

역사가 특수한 사건만 다루는 잡학지식수집에 불과하다면, 역사는 쓸모없으며, 교훈도 줄 수 없다. 하지만 다양한 사건들을 연구하여 원리를 밝혀낸다면, 당연히 현실적인 교훈을 줄 수 있다.

반론3 역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역사가 특수한 사건만 다루는 잡학지식수집이 아니기 때문에 역사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지식기반이 될 수 있다.

반론4 역사는 객관적일 수 없다

주관적인 인간이 주관적인 인간의 일을 관찰하는 것이 어떻게 객관적일 수 있느냐는 말은 그럴 듯해보이지만, 물리학에서조차 오늘날 주체-객체 2분법은 무너지고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객관적 객체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역사가 과학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반론5.1 역사는 종교와 뒤섞일 수 있다

역사는 종교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성경이나 환단고기를 글자 그대로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주장이다. 또 역사는 신의 섭리라고, 절대정신의 구현이라고 말하는 정신나간 사람들이나 하는 주장이다. 

반론5.2 역사는 도덕과 분리할 수 없다

역사연구를 개인에 대한 도덕적 평가로 축소하는 것은 학문적 자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개인의 도덕성은 역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개인의 윤리와 사회의 윤리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비도덕적인 사람이 사회적으로는 충분히 도덕적일 수 있고, 개인적으로 도덕적인 사람이 사회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마지막 반론에 대한 반박은 우리가 역사와 사회를 바라볼 때 늘 명심해야 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대학 1학년 때 나에게 충격적인 깨달음을 주었던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의 통찰과도 맞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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