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부가 된 책들

눈 앞에 있는 책장에서 짚이는 대로 몇 권 뽑아보자면...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라인홀드 니버/이한우/문예출판사;1992

난해한 번역으로 읽기는 힘들지만 머리싸매고 꼭 한번 읽어보세요.

개인의 도덕심은 항상 선일까요?
일제시대 친일파들은 모두 악인이었을까요?
우리 모두 열심히 살면 세상이 좋아질까요?
역사는 발전할까요, 퇴보할까요?
낭떠러지로 뛰어드는 쥐떼들은 똑똑해서 그럴까, 멍청해서 그럴까?
-이 책에 해답이 있습니다.

권력과 지성인

에드워드 W. 사이드/전신욱 외/창;1996

"사회에 글을 발표하는 순간 당신은 정치적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정치적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글을 쓰지 말거나 말하지 마라."

모든 천사의 우두머리였던 타락천사Luciferian는 천국에서 떨어지면서 "Non Serviam!(I will not serve!)이라고 외친다. 이는 곧 아무것도 섬기지 않으며, 아무것도 믿지않겠다는 지식인의 맹세이기도 하다. 지식인이란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은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직설적으로 말하며, 절대로 권력에 흡수고용되어서는 안되며, 영원한 이방인으로서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야한다.

이 시대의 가장 양심적인 지식인이 남긴, 작지만 강렬한 책!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입니다.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최현/범우사;1983

세상에는 항상 같은 양의 에너지가 존재한다.
"여기"서 에너지를 많이 쓰면 "저기" 에너지는 준다.
한번 사용한 에너지는 사용가치가 떨어진다.
결국 "여기"는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고
"저기"는 더 피폐해진다.
마침내 이세상은 죽은 에너지로 뒤덮힌다.
자기 꼬리를 차츰 뜯어먹는 뱀처럼.

환경정치학과 현대정치사상

황태연/나남출판;1992

정치학과 황태연 교수님 수업을 1년간 들으며 이 책을 강독했다. 대학에서 들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중 하나이다. 정치와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을 정립하는 기회가 되었다.

정신분석학 입문

지그문트 프로이트/서석연/범우사;1990

인간의 무의식에 관한 모든 논의의 시작은 1917년에 쓰인 이 책에서 시작하였다. 심리학의 기초가 되는 학술서적이기도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책이기도 하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권한다. 이후 많은 학자들에 의해 프로이트의 이론은 수많은 공격을 받았으나 그 기본적인 틀은 많이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여자란 무엇인가/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김용옥/통나무;1986

종로를 걷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물었다. "혹시 도에 관심있으십니까?" 나는 이 책을 보여주면 말했다. "아뇨. 여자에 관심있는데요."

교육방송에서 김용옥선생의 불교강의를 빠짐없이 들었다. 대학에서 몇년을 배웠어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단편적으로 뿔뿔히 흩어져 있던 불교철학과 불교문화가 놀랍게도 줄줄이 하나로 엮어졌다. 정말 감동적인 강의였다.

현대 사회학

앤터니 기든스/김미숙 외/을유문화사;1995

제 3의 길을 주창한 앤터니 기든스가 쓴 사회학 기초 교양서이다. 책 두께에 압도될 수도 있지만 읽을 수록 재미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단순히 사회학적 지식만을 얻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훌륭한 사회학 입문서이기도 하지만 놀라운 정치적 계몽서적(!)이기도 하다.

노동의 새벽

박노해/풀빛;1984

나의 인생은 일당 4,000원 짜리
그대의 인생은 얼마
우리 사장님은 하룻밤 술값이 100만원이라는데
강아지 하루 식대가 5,000원이래는데
3천억을 쥐고 흔든 여장부도 있다는데
염색공 사촌형은 120만원에 자살을 하고
열여섯 우리 동생 공장을 가고

오 오
우리의 인생 우리의 사랑 우리의 생명은
얼마 얼마?

과학철학입문

R. 카르납/윤용택/서광사;1993

과학을 철학적 관점에서 서술한 이 책은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그동안 완벽하다고 생각해 왔던 과학의 논리들의 근본적 한계 또는 오류들을 논리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정체성/ 한국의 주체성

탁석산/책세상;2000

한국적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족보따지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기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판소리는 한국적이고 랩은 한국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늘날 한국인들은 판소리보다 랩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화두가 되었던 세계화 이데올로기는 결국 "미국화"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이제는 우리만의 주체적인 시각으로 주체적인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우리가 주체적으로 사는 길로서 제시하는 "한글전용"에 매우 공감하는 바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박노자/한겨레신문사;2001

이 책은 한장 한장 넘길수록 점점 마음은 불안해진다. 우리사회가 이뤄온 성과를 자부하기에 앞서 우리사회의 모순이 더욱 날카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음에도 글쓰기는 물론 한국사회를 갈파하는 통찰력은 한국 원주민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심오하다. 언젠가부터 우리 화두가 되어버린 세계화의 가장 올바른 성과가 바로 박노자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동남아를 비롯한 제3세계인들을 우리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사회를 더욱 올바르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이제 미국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제3의 눈이 필요한 때이다.

다민족 코리아를 응원한다!

세계종교사입문

한국종교연구회/청년사;1991

종교사회학

오경환/서광사;1990

종교는 핍박받는 현실에서 태어나고 권력에 의해 왜곡되고 전쟁을 통해 확산된다. 종교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다.

고통이 참기 어려울 때 쓰는 최고의 약은 아편이다. 하지만 아편으로 병을 고칠 수는 없다. 단지 정신을 몽롱하게 함으로써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할 뿐이다. 현실의 고통이 참기 어려울 때 우리는 종교를 찾는다. 하지만 종교는 현실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정신적 윤리로 환원시킴으로써 진정한 사회적 모순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종교는 아편이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권오석/홍신문화사;1990

자본주의는 보다 많이 소비하고 싶어하며, 시류에 쉽사리 영향받고, 예상할 수 있는 행동만 하는 사람을 원한다. 어떤 권위나 원리, 선악의 관념에도 예속받지 않고 자유와 독립을 원하는 인간을 원한다. 하지만 명령에 기꺼이 복종하고 사회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가치를 즐겁게 이행하며, 별다른 마찰없이 사회적 메카니즘에 적응하는 인간을 필요로 한다. 다시말해 자본주의는 강제가 없어도 강제되고, 지도자가 없어도 지도되고, 목적없어도 고무되는 사람을 생산한다. 인간은 항상 "현재" 행복하다.

문학이론입문

테리 이글턴/김명환 외/창작과 비평사;1986

나는 문학을 전공하긴 했으나 소설이나 시에 대한 지식은 미천하다. 하지만 내가 읽어 본 철학서, 인문서, 또는 몇몇 영화들은 "문학정전"들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문학작품읽느라 한정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코 이런 가치판단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다. 문학도 결국에는 "해석"의 과정을 거쳐 내가 "이해"하여야 하고, 결국에는 인간의 행복에 복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비평"이 필요한 지점이다. 소위, 학자나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하지만 난 "그까짓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독서가 곧 교양의 척도"라는 교조주의를 벗어던지면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막연하게 감으로만 느끼던 나의 문학관, 독서관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준 훌륭한 책.

쟝 그르니에/함유선/청하;1988

수레바퀴 밑에서

헤르만 헤세/유준수/삼중당;1993

군대시절 내무반 구석에서 발결한 조그만 책. 겨우 몇 장을 넘기고서 이 책에 푹 빠졌다. 꾸질꾸질한 군복을 입은 채 화단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이 책을 읽던 나의 모습.

사르트르와 헤세, 까뮈와 그르니에 - 낭만이 있던 시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