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가족
추석 연휴 동안 영화한편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휴 마지막 날 드디어 친구한테 영화보러가자는 전화를 받고 신이나서 충무로에 나갔다. "뭐 볼만한 게 있을까" 둘러 보다가 딱 눈에 띄는 게 이 영화였다.
나는 사실 처음부터, 그리고 영화를 보고난 한참 후에도 이 영화 감독이 홍상수인줄 알았다. 그 감독의 특기는 관객을 (특히 나를) 항상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문보니까 이 영화는 관객이 150만 이상이 들었다고 나왔다. 이번 영화는 어떻게 만들었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볼까 궁금하던 참이었다. 무슨 유명한 국제 영화제 본선에 올랐다고 우리나라 관객이 몰리던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서 "취화선"까지)
역시 영화를 보고나서 불편한 느낌은 여전했다. 그렇게 자유롭게 즐기면서 사는거 싫어하는 사람들이 어디있겠는가? 부르주아의 한가로운 삶에서나 가능할까... 혹은 가부장제가 거의 사라진 2020년 상황에서나 가능할까... 난 그렇게 살지 못하는데... 어쩌란 말이냐? 잘났군. 정말. 그래도 "영화"일 뿐이라고 억지로 안위하며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아직도 불편한 것은 150만이라는 숫자다. 문득 내가 시대에 뒤쳐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도대체 뭔가, 이 사람들은? 어느새 우리나라도 북유럽처럼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문화가 뿌리내렸다는 이야긴가? 가부장제가 완전히 깨졌다는 이야긴가? 호주제하나 제대로 폐지하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그럴리는 없을텐데. 혹시 사람들이 모두 이 영화를 극장판 3류 에로 비디오로 생각하고 보러온건 아닐까?
영화가 끝나고 감자탕에 소주 한잔하면서 깨달은 것 하나...
감독이 홍상수가 아니고 임상수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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