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불능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맺어주는 다리가 되는 소통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자신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의미와 정보 중에서 일부를 말로 표현해야 하는데, 어느 부분부터 말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는 문턱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많은 정보를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이미 이해하고 있거나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표로 전환하는 문턱이 높을 것이고, 반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표로 전환하는 문턱이 낮을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기질에 따라 기표전환문턱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상황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1. 대화내용 field: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느냐?
  2. 대화상대 tenor: 누구와 이야기하느냐?
  3. 대화방법 mode: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하느냐?
사실 이 따분한 소통이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늘날 일상적인 대화도구가 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가끔 경험하는 어색한 분위기에 대해 좀더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더 가깝게 연결해준다는 도구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나의 경험을 기초로 정리해본다. 

  1. field: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다를 수 있다. 내가 관심없는 주제에 대해 모두들 떠들고 있을 때 가끔은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대화에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자발적 선택이지만, 소통이라는 것 자체가 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나도 한 마디 거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관심없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겉돌기 마련이고 무리하게 주제전환topic shift를 시도하다가 원망을 사기 쉽다.
  2. tenor: 카카오톡에서는 현실의 관계가 그대로 전이된다. 물론 카카오톡은 모든 말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현실에서 매우 가까운 사람과 카카오톡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가깝다고 말을 막했다가 오해를 살 수도 있고,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가까운 사람이라면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최고다. 어렵다면 전화통화로 하는 것이 좋다. 카카오톡은 현실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사람들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3. mode: 일상대화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소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자기 감정에 동의해주고 공감해주길 바라는 목적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얼굴을 마주보고 말을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이러한 목적이 거의 모든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글에서는 정보전달이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 10년 정도 열심히 했던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 역시 그러했다. 정보 자체에 가치가 있어야 의미있는 발화로 여겨진다. 하지만 카카오톡에서는 전혀 다르다. 이건 그냥 일상대화를 글로 전하는 것일 뿐이지, 글이 전혀 아니다. 그냥 맞장구쳐주면 된다. 카카오톡은 또한 어조와 어투가 생략된 차가운 기표로만 소통한다. 따라서 내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다.
최종결론
  • 인간이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환상은 쓰레기통에.
  • 카카오톡은 용건만 간단히.
  • 용건이 아닌 내용은 이모티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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