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과 낙관성

몇 년 전 '노동자들의 특유의 낙관성'이라는 말을 들었다. 자본가나 유산자들은 염세적인 반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무산자들, 자기 손으로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내 먹고 사는 노동자들은 세상을 비관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노동과 낙관적인 태도는 과연 상관관계가 있을까?

맞는 말 같기도 하고 뭔가 틀린 말 같기도 한 이 명제는 오랫동안 나의 뇌리를 맴돌며 화두가 되었다. 그러다 뭔가 초점이 잘못 맞춰졌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낙관성은 '먹고 사는 노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내'는 것에서 나온다. 이것은 현대적 의미의 노동labor이 아니라 고전적인 노동work을 말하는 것이다. work는 '노동'보다는 '창조'에 가까운 말이다.

무언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실패하더라도, 이것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무수한 길 중 하나의 결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테스트해보지 않은 도전기회가 99개 남아있기 때문에 좌절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려면, 창조적이어야 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나 스스로 상상하고 구현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은 낙관적일 수밖에 없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살하지 않는다.

부동산에 목을 매는 사람들, 부동산으로 편안하게 부를 만들어내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 사람들은 대개 창조적이지 못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낙관적일 수 없다.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사람들에게 기존의 질서는 유일한 구세주다. 그 틀 안에서, 정해준 방식대로, 열심히 기어올라,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에 오르면, 그것이 최상의 락이고 보람이다. 여기서 추락하면 삶의 의미가 사라진다. 자살을 선택한다.

우리나라가 2000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어떤 난관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창조성 때문이지 않을까? 오랜 역사를 통해 파괴와 창조를 반복하는 경험을 하면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역사에서도 '새옹지마'의 원리 또는 좀더 거창하게 '카르마'의 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을 집단이 슬기롭게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라 상상한다.

⛾ note

이 글을 쓰면서 '창의성'과 '창조성'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Gemini에게 물었다.  

  • 창의성은 창조성의 시작점: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먼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합니다. 즉, 창의성은 창조를 위한 원동력입니다.

  • 창조성은 창의성의 완성: 기발한 생각(창의성)이 실제 결과물로 나타날 때 비로소 창조가 이루어집니다. 영국의 교육학자 켄 로빈슨(Ken Robinson)은 **"창의성은 실천하는 상상력(Applied Imagination)"**이라고 정의하며, 창조적인 활동이 동반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한 줄 요약: 창의성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힘"이고, 창조성은 "그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실체를 만드는 힘"입니다.

생각만 해서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엉터리 결과라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글을 쓰고 난 뒤 '창의성'을 모두 '창조성'으로 수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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