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찌무라님의 《동물의 역습》서평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부모님과 아내, 자식, 그리고 멀게는 나를 위해 기도하며, 양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난 이름도 없이, 생명으로서의 절대적 가치마저 부여받지 못한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소중한 것을 알게 해 준 책이다. 한글 책 제목은 상당히 무섭게 다가왔다. 하지만 책을 읽고난 뒤에는 무섭다는 느낌 보다, 인간인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참으로 수많은 동물을 죽이고 학대한 나로서는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

아마 어릴적 재미삼아 개구리나 곤충, 파충류 등을 죽여 본 경험들이 한 번 쯤은 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유희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동물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았는가?

철학자 답지 않게, 풍부한 과학적인 탐구로 끈기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가는 마크 롤랜즈의 이 책은, 영어 제목처럼, 동물을 우리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동반자로서, 한 생명을 가진 자로서 사유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의 저자는 철학자답게, 우리의 사유를 철저하게 파헤치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 저지르고 있는 엄청난 죄악을 고발한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인간의 행위를 "원죄"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신을 죽이는 재앙과 보복으로 돌아오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원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 우리의 원죄를 다른 이에게 덮어씌운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다. 동물은 우리를 위해 고통 받는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다. 우리에게 어쩔 수 없이 떠맡겨진 것들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초래한 것들을 위해서 동물은 고통 받는다. 우리가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서 얻은 폐암 때문에 고통받는다. 우리가 운동을 하지 않아 비만으로 얻은 심장병 때문에 고통 받는다. 우리가 항생제를 마구 여기저기에 무책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고통 받는다. 인간, 동물의 주인이라고 자임하는 우리는 게으르고, 바보같고, 다른 무엇보다도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이다.(p.378-379)
처음에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새롭게 정립해 보고자 하려는 의도에서 였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으로서, 세상 모든 만물을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하는 가운데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의 지적 유희를 만족케 하려던 생각은 사라지고, 죄많고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돌아보며,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교만하고, 악한지를 깨닫게 되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인간의 생명을 위해서가 아닌, 단지 인간의 만족을 위해, 인간의 더러운 욕망을 위해 죽어간 동물들의 존재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사족....

난 고기를 먹으면서, 이 고기를 제공해준 동물들이 어떻게 도살되는지 몰랐다. 그래도 인간이라,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 '인도적'인 차원에서 동물을 도살할 줄 알았던 생각은 나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다시 한 번, 누군가의 희생 때문이라는 그런 참담한 메커니즘 속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그것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메커니즘이 과연 숙명이라면, 나도 누군가를 위한 희생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

힘들다. 정말로 이것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위한 희생양이 되어준 수많은 사람들, 특히 동물들께 감사한다...

댓글